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오늘 큰 틀이 잡혔다. 마음을 다잡으면서,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취업 시즌이 다가오면서 급격하게 나의 스트레스도 커졌다.
사실 나는 취업을 바라면서 우테코를 왔던 건 아니었다. 나는 졸업까지 전공 27학점이 남아있는 비전공 공과대학 학생이다.
미래에 대한 선택지가 많은 만큼 불확실성이 커졌고 어떤 것을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정확히 파악이 안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주위에는 취업이 급한 수십 명의 사람들이 있고, 나는 나와 상황이 다른 사람들에 나를 투영하면서 산만해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앞으로 세 가지 일을 할 수 있다.
- 곧바로 백엔드 개발자로 취업하고, 이후에 (언젠가) 학교 졸업을 한다.
- 학교로 복귀하고, 최대한 빨리 취업하도록 한다. (졸업에 1년 소요)
- 학교로 복귀하고, 시간을 두고 컴퓨터과학과를 복수전공한다. (졸업에 최소 2년 소요)
결과적으로는 3번을 선택하기로 했다.
지금 나의 스트레스에 대해서, 정말 모호하고 내가 취업이 급한 것도 아닌데 왜 스트레스를 받나 생각했더니 앞으로의 계획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능성을 좀 닫아두려고 한다.
일단 1번은 완전히 배제하려고 한다.
우테코 내에서 개발자는 고졸이어도 괜찮다
, 얼른 현업을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고 하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고, 나름 백엔드라는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이와 같은 말을 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좀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분들이 주로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와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그때보다 백엔드 개발자라는 직업의 인기는 높아졌다. 물론 아직 이 직업군이 아주 안정될 정도로 산업이 오래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에 대한 예측은 주가를 예측하는 것과 비슷하게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오늘 엄마와 오래 이야기한 끝에 지금의 나의 상황으로는, 고졸인 나를 받아주는 회사에 굳이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기억나게 되었다(?)
최소 1년만 다니면 연세대 졸업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고, 나름 학점도 전공 학점은 4.1 / 4.3 정도로 잘 받았던 것 같다. 어떤 회사를 가든 고졸 입사한 채로는 1년만에 위와 같은 내용보다 큰 상승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학교는 졸업하고 나서 취업을 고민하기로 했다.
최대한 학교의 이름을 많이 보는 회사를 찾는 것이 나의 모든 노력과 자원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일단 학교는 먼저 졸업하는 것으로 하기로 했다.
뒤늦게 학교를 졸업하면 되지 않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언젠가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서 최악의 경우에는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인데, 내가 백엔드 개발에 들인 노력이었던 지난 12개월에 비교해서 연세대에 입학하고, 공부를 한 과정은 월등히 더 큰 노력과 성취였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
엄마가 말하길, '너가 소녀가장도 아닌데 뭘 그렇게 빨리 하려고 애써'라고 했고, 아빠도 '그냥 즐기면서 열심히 하는 취미로 생각해' 라고 해서 또 큰 부담을 덜었다. 그냥 사실 아무도 부담 안 줬는데, 내가 해보고 싶어서 스스로 부담을 준 듯.
그냥 코테 공부하고 면접 보고 하는게 무섭고 싫어서 내가 회피하기 위해 이렇게 합리화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나를 조금 힘들게 하기도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깐 합리화가 아니라 그냥 1번은 배제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기도 했다.
2번과 3번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3번을 택하려고 한다.
나는 성능이 나름 괜찮은 머리를 지니고 있지만 지금 너무 새삥이다. 우테코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모든 웹과 관련된 공부를 시작했다. Java List도, HTTP도, SQL문도 모두 우테코를 시작하며 처음 공부한 내용들이다. 나름 이런 지식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현재로는 굉장히 뿌듯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머리가 괜찮은 성능을 지닌 만큼 좀 공부를 하면 나름 파격적인 성장을 보일 거라고 스스로 기대하고 있다.
내가 처음 우테코에 들어올 때는 취업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단지 백엔드 기술을 나도 공부하고 싶었을 뿐.
이미 목표는 달성했고, 내가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을 정도의 틀은 생겼다.
3번을 택하려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나는 이미 CS 지식에 큰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고 있다. 개발자에 비전공자도 상관 없다는 수많은 사람들의 말이 있다. 하지만 전공자면 더 좋지 않나? 지금의 상태라면 CS 공부가 거의 지루하지 않고 왜 해야 하는 지 알기 때문에 상당히 공부하기 좋은 상태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나의 지금 미지에 대한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정도일 수도?!!
딱 하나 걸리는 건, 3번 루트를 택하는 경우, 내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총 7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휴학을 4학기(2년) 했었고, 학교를 총 5년(어쩌면 그 이상…) 다니게 된다.
금전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봤는데, 현재 받고 있는 이공계 장학금이 8학기까지는 전액 지원되고 이후로는 추가학기로 분류되기 때문에 부모님이 부담해주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우테코에서 받은 돈 좀 모으고, 여행 좀 덜 가고, 먹고싶은 것 좀 덜 먹고 하면…. 근데 일단 부모님한테 내달라고 쫄라야지.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이제 남은 레벨4, 그리고 레벨5 기간 동안에는 오로지 CS 지식을 쌓는 데에만 몰두하려고 한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당분간은 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현재 스탬프크러쉬가 직면한 다양한 성능, 기술적 문제들에 대해서 이제 너무 어려워져서 나는 해결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나에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고, 코드를 작성하는 것은 그냥 손가락 노동일 뿐이면서, 무언가 해냈다는 느낌을 내기 위한 스스로 위안을 주기 위한 퍼포먼스 정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탬프크러쉬를 유지 보수 개선 하면서, 이전까지 궁금했는데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던 CS 지식을 천천히 공부할 수 있는 시간으로 보내면 상당히 귀할 것 같다.
이력서는 작성하지 않으려고 한다. 서로 돌려보며 읽는 것이 좋다 등등 하는데 이력서야 나중에 돈 들이면 충분히 고급 인력에게 검토를 받을 수 있고, 현재의 나는 이력서를 작성해 보는 과정 자체가 어떻게 내가 모르는 부분을 숨길 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 앞서기 때문에 이런 상태로 취업이 급하지도 않은데 포장하는 것만 연습하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한다. 또 물론 이력서 작성을 연습 삼아 하는 것이 좋다고 하더라도, CS 공부의 호흡이 상당히 길어 보이기 때문에 병행할 경우 컨텍스트 스위칭 비용이 상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신에 알고리즘은 하루 이틀에 한 문제 정도로 큰 공 들이지 않고 그냥 천천히 익혀 나가려고 한다. 오늘 사실 알고리즘 문제를 처음 풀어봤는데,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았다. 근데 왜인지 봤던 느낌이 드는게, 수능 때 쳇바퀴 돌 듯 유형을 익히며 연습하는 그 ‘시험만을 위한 공부’ 같은 특유의 비효율 냄새가 난다. 이런 식의 공부를 좋아하지는 않는데, 뭐 방해물이 되어서는 안되니 그냥 맘 편하게 게임 정도로 생각하려고 한다.
앞으로에 대해 생각하면서 혼란스러운 것도 많았는데, 엄마한테 오랜만에 도움을 요청했고 역시나 엄마 말은 들어서 나쁠 게 없다는 것을 오늘 또 느꼈다. 나의 위대한 마미는 개발자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좋은 시각을 지니고 있고, 나에 대한 큰 애정과 내가 정말 크게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의사결정이라 너무나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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