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트로
어제, 포비와의 면담을 했습니다. 면담을 신청하던 당시에는 별다른 고민이 없었습니다. 단지 나의 소중한 10개월을 보낸 이 프로그램의 교장 선생님과도 같은 포비와 언제 내가 또 이야기를 해보겠어 하는 마음이었어요.
그치만, 면담 신청에 성공하고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우테코도, 나도 굉장히 많이 변해서 오늘의 고민이 있었고 정말 면담 신청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 사전 면담
포비와의 면담 전에, 좀 더 의미있는 대화를 하기 위해서 사전 면담을 작성해야 합니다.
최대한 솔직하고 깊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포비와 만나기 전에 현재 내가 처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아래는 공유드린 사전 면담지의 대략적인 내용입니다.
현재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다니고 있습니다. 웹과 관련한 완전 비전공자이고, 개발 시작한 지 이제 만 1년 되었습니다. 학습 능력은 엄청 빠르고 우수한 편이지만, 물리적인 시간적으로 아직 웹에 대해 많이 학습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확정된 것
: 우테코를 수료한 후, 학교에 복학하는 것입니다.결정하고 싶은 문제
: 컴퓨터과학과 복수전공을 할지 말지 결정하고 싶은데, (정말 필요하지 않아서 쓸데 없는 정도가 아니라면) 되도록이면 하는 쪽으로 확신을 갖고 싶습니다.
💋 면담 내용
포비는 제 사전 면담지를 다 읽고 제 고민을 몇 가지로 나누어 요약해 오셨어요. 솔직히 엄청 바쁠 거라고 지레짐작해서 읽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수백명 중 한 명의 크루와의 면담에도 진심이 느껴져서 조금 놀랐습니다. 또 개인 면담 기록을 해서, 포비만의 실험을 하는 게 있다면서 녹음까지 요청하셔서 새로웠어요. 포비가 바라본 깃짱은 되게 밝아서 고민 없어 보였는데, 면담을 신청해서 고민이 있나보다라고 말하시면서 시작했어요.
✔️ 자기소개
포비는 면담을 시작하자마자 자기소개를 부탁했습니다. 나의 특징과 장점, 단점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자기소개는 큰 준비 하지 않아서, 그냥 제 나이와 닉네임에 대해 간단히 말했어요.
그리고 장점에 대해서는, 머리가 좀 좋아서 학습이 엄청나게 빠르다고 이야기했어요. 1년만에 이렇게 성장하다니 스스로 대견하게 느끼고 있거든요! 또 스스로에 관심이 굉장히 많아서, 이전에 제가 대학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내가 좋아하는 회사 문화’, ‘내가 살아가고 싶은 삶의 방식’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았고, 그렇게 프로그래밍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스스로에 대해 잘 안다’가 저의 강점인 것 같다고 말했어요.
단점으로는, 체력이 안좋아서 좀 끝심이 부족하고 우테코에 늘 남아서 공부하는 크루들만큼 많은 시간을 쏟지도, 깊이 파고들지도 못하는 것을 말했어요. 포비는 학습 효율이 떨어짐에도 불안감 때문에 그냥 묵묵히 남아있는 것보다 긍정적이지 않냐고 물어봤는데, 그렇게 괜찮다고 말해주시면 좋지만 물론 놀고 있는 저도 마냥 근심 없이 편히 쉬고 있지는 못한다고 말했어요. 가끔 가다 저도 좀 집에 가서 놀다 보면 나도 좀 공부 좀 해야 되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하지만 뭐랄까 제가 프로그래밍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게 취미까지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어요. 하루 할당량을 채우고 나면 꼴보기 싫어지고, 공부를 오래하면 자학하는 느낌이 나서 힘들다고 솔직히 이야기했습니다.
포비는 어느 정도의 역량이 되어야 즐기는 상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어요. 나도 언젠가는 집에 가서도 프로그래밍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이 될까요..? 꼭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걸까요..? 너무 열심히 하는 사람들만 보고 있는건 아닐까요..?
✔️ 취업이 급하지 않은데, 우테코 내에서 학습 몰입에 중심을 잡기 어렵다.
지금까지는 깃짱의 스타일대로 학습해 왔는데, 최근에 와서 몰입이 어려운 이유가 뭐냐고 물으셨어요.
- 취업 걱정을 한 번도 안 하고 살았는데, 당장 신경쓰지 않으려고 주위의 능력있는 크루들이 취업을 너무 힘들어 하는 것을 보면서 불안감을 일으키고, 무시하려고 하면 코치들이 이력서 쓰는 거 그런 것도 다 연습이다 하면서 말하는 것에 영향을 받아 제대로 몰입해서 이력서를 쓰지도, 그렇다고 다른 것을 열심히 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답했어요.
- 제일 가까운 친구들은 사실 취준이랄 것도 없이 스카우트되듯 회사에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취업은 딱히 어렵지 않다고 느꼈는데, 이곳에서 100명이 이렇게나 어려워 하니 부조화가 오면서 중심을 잡기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포비는 깃짱의 가장 큰 매력은, 주위 크루들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기준을 잘 세우면서 지금까지 성장해온 것이고, 학교를 돌아가는 것 속에서도 준비할 것이 많은데, 그런 것들을 더 큰 우선순위를 갖고 준비하면 된다고 말해주셨어요.
포비가 무려 제 닉네임을 기억하고 있었다는데, 처음 포비와 이야기할 때 굉장히 자신있게 이야기하던 것이 기억난다고, 남들이 뭘 해도 신경 쓰지 않는 자신 있는 모습 때문에 기억한다고 했어요. 저도 기억납니다. 아마 레벨1 때였나, 깃짱코딩을 차려서 이제 next step을 이길 거라고 말했던 것 같아요ㅋㅋㅋㅋㅋㅌㅌㅋ (근데 안되라는 법은 없죠 ><)
작성하다 보니깐 그냥 당연한 문제 가지고 찡찡댄 것 같네요. 제가 그토록 싫어하던 찡찡이가 나였어요…(?)
✔️ 프로그래머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학위가 안 중요하다고 말하시는데…
포비는 오히려 사회에서 당연시 하는 것들을 필요하지 않다면 깨부술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뜻이지,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 나쁘다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하셨는데, 역시나 사람은 듣고 싶은대로 듣는 것인지 모두들 그 말을 왜곡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상하게도, 제 맘속에서 학교라는 존재가 얼마 전까지 상당히 평가절하 되어서 더 큰 고민이 발생했던 것 같은데, 가장 큰 영향을 줬던 포비가 막상 지지를 해주시니 상당히 많은 부분이 뭔가 해소가 되었달까요(?)
✔️ Soft Skill을 연습하면 나아진다…
갑자기 이제 심리상담으로 갔었는데요, 제가 말했던 내용들을 기억해서 작성해 보겠습니다.
사실 저는 굉장히 예민한 사람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외향적이고, 밝지만 사실 뭐 어두운 것까지는 아니어도 암튼 마음속이 밝지 않아도 얼굴이 웃고 있을 때가 있어요. 많아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싫어하고(무서워하고), 그냥 잘 맞는 사람들과만 보고 싶어하는 성향이 있어요. 친한 친구도 거의 없고, 친구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것도 힘들어 합니다. 자주 만나면 친구들의 단점이 크게 보일 때도 있는 그런 삐딱한 사람입니다.
우테코 팀프로젝트를 통해서는 다행히도 굉장히 성격이 둥글둥글한 좋은 팀원들을 만나서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잘 했을까요..? 저는 싸우기도 잘 싸웁니다… 우테코에서는 절대 싸우지 않기로 다짐했었어요. 다른 사람을 통제하고 싶어하고, 저만의 잣대로 특히나 시간 약속을 어기면 꼭 안좋은 말을 하고 넘어가야 해요.
포비는 이 말을 듣고는, 자신의 젊은 시절과 굉장히 비슷하다고 말했어요. (현재 우테코 내 자아는 제가 보기에는 약간 성인 군자 느낌도 나는데요)
포비는 오히려 딱딱 떨어지는 프로그래밍, CS 이런 것은 제가 알아서 잘 할 수 있는 분야니, 스터디를 하나 만들어서 주도해보는 것은 어떻냐고 제안했어요.
원래 더 주도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의 동기를 어떻게 처음처럼 다시 이끌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수 있다고 했어요. 이런 경험을 쌓아서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말해줬어요.
저는 솔직히 이때까지도, CS를 공부해야 하는데 저런 부수적인 것들로 힘을 왜 빼야 하나라고 생각했어요(말했어요ㅋㅋ 면담은 솔직해야 하니깐)
사실 저도 다시 생각해보면 한 번 이렇게 주도해 본 적이 있어요.
우테코 프리코스 때 코드리뷰 스터디를 모집하고 운영했었고, 물론 이때도 최대한 사람에 신경쓰지 않기 위해서 온라인으로만 하기로 했었어요. 그때 참여했던 4명 중에 무려 3명이나 우테코 크루가 되었어요. 1명이 1차에서 떨어졌다고 말하는데, 왜 제가 그때 서운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 다른 사람들에게 순수한 마음으로 퍼주면 나에게 돌아온다?
포비는 다른 사람들에게 순수한 마음으로 퍼주는 것이 오히려 나에게 돌아오는 것을 경험해 보면 좋겠다고 했어요. 맞아요 나 여태 나 잘난 맛에 살았어요ㅜ 포비는 5년 동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시간을 퍼부어 가면서 디버깅, 고민 상담 등을 도왔더니 책을 쓰자는 제안이 오고, 강연이 들어오고, 교육자가 되고… (늘 인터뷰마다 말하시는 그 내용!) 그렇게 선 순환이 되면서 결과적으로 포비한테 좋은 일이 되었다고 했어요.
이런 경험은 해보기 전까지는 알기 어렵다고 했어요.
저는 사람들이 왜 다른 사람의 디버깅을 한시간 넘게 도와주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 말을 듣고는 조금 이해가 가기 시작했어요. 해보려고요 ㅎㅎㅎ
✔️ 나에게도 포용적인 사람이 되어보자…
포비는 생각보다 저같은 사람의 유형을 많이 만나봤는지, 이런 조언까지 해주셨어요.
저는 포비의 말이 맞다고 했어요. 깃짱 스스로도 스스로에게 굉장히 엄격합니다.
1년을 잘 살아와도 최근 1주일이 불만족스러우면 스스로에게 굉장히 불만족한다고 이야기했어요.
포비는 그럴 때, 좀 스스로 포용하는 사람이 되라고 이야기해줬어요. 그럴 수 있지 라고 머릿속에서 생각하라고 하셨는데, 전에 친구한테 좀 ‘그럴 수 있지’ 생각해 보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던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맞습니다… 이건 진짜 새겨야 할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좀 까칠하고 워낙 기대가 높다보니깐, 외부에도 점점 까칠해질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 면담 회고
두 가지를 가져가고 싶어요.
- 다른 사람들에게 지식, 마음, 시간을 퍼주는 것이 나에게 돌아오는 경험을 해보자.
-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포용적인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자.
사실 아직 다른 사람들, 완전 타인에게 퍼줄 정도는 못될 것 같아요. 일단 우테코 내 친한 크루들에게부터 퍼주기 시작해 보려고요.
먼저 포비가 말했던 대로 크루들 상대로 CS 스터디를 제안해 보려고 합니다. 물론 나도 아직 잘 모르지만, 내가 제일 많이 준비하고 시간을 쏟아 보려고요.
포용적인 사람 건에 관해서는,,, 그냥 모든 내 머릿속에 들어오는 요청을 받을 때 ‘그럴 수 있지’ Filter를 한 번 마련해 봐야겠어요,,, 이건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감이 오지 않아요. 나도 포비처럼 50대가 되면 소프트 스킬이 눈에 띄게 늘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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